탱고는 잠시 잊어. 이과수 랜드 @ 아르헨티나
많은 탱고인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간다. 탱고인으로써 그곳에 가는 것은 일종의 성지 순례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에 몇 달 동안 머무르면서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상해...라고 생각하겠지만 탱고인으로써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가보면 이해가 간다. 우리는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쁘다. 매일 밀롱가에 탱고 레슨에 개인수업에 파티에 공연에... 한두 달쯤 지나면 분명 우리는 휴가 중인데 우리 얼굴은 피곤에 절어있다. 물론 행복한 퀭~함이겠지? :) 그래서 아르헨티나를 간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짐을 풀기 전에 먼저 여행을 가라고 권하고 싶다. 짐을 풀고 밀롱가를 다니는 순간 당신은 아르헨티나를 떠나는 날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오늘은 그 여행에 관한 기억,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킬로미터,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르헨티나는 실로 거대하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과수 폭포가 있는 Pueto Iguazu까지는 1300킬로미터의 거리이다. 육로 이동은 16시간 이상이 걸린다. 사실 그 정도는 남미대륙에서 긴 버스 이동의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비행기를 추천한다. 우리의 첫 남미 여행 루트는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살타-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였다. 그중 비행기 이동은 2번뿐이었는데, 살타에서 이과수까지는 육로 이동을 선택했다. 소싯적에 배낭여행 좀 해봤다는 우리는 서로의 무용담을 뽐내며 "라떼는 말이야~ 20시간 express버스는 기본이야." 한국에서 편안한 소파에 누워서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는 27시간 논스톱 야간 버스 정도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볼리비아 사막을 지나 살타에서 며칠은 단비 같았다. 이제 우리는 마의 구간 살타-이과수 27시간 버스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장거리 버스 여행이 되겠구나. (a.k.a. 다신 못해) 버스는 논스톱이라는 말에 충실하게 정말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차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중간도시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고 타는 사람도 있고 운전기사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탑승객은 내릴 수 없었다. 버스는 새로운 승객의 탑승이 끝나면 즉시 출발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은 새로운 승객이 탑승하는 동안 버스 문 옆에 붙어서 이 짧은 시간에 최대한 폐활량을 이용해서 담배를 빨아들여야 한다. 물론 차 안에는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고 식사와 음료는 서빙됐지만, 한여름에 버스 안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최대한 안 먹고 안 마셨다.
낮에 출발한 버스는 아르헨티나를 횡으로 가로지르며 달린다. 처음 몇 시간은 조금 신났던 것도 같다. 한나절을 달려 밤이 되었다. 우리 버스는 외국인들이 주로 타는 1등급 버스였기 때문에 거의 180도가 눕혀지는 의자가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단지, 우리 자리가 화장실 바로 앞이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들은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고 그때마다 적당히 불쾌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새벽에 버스는 환승역에 도착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남미에서 환승은 언제나 긴장이고 스트레스다. 바꿔 탄 버스는 처음 버스와 다르게 청소상태가 엉망이었다. 몸이 막 가려워지는 것 같은 이 느낌은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괜찮다. 이제 조금만 가면 되니까. 기껏 5시간...
27시간 만에 이과수 폭포의 마을 Puerto Iguazu에 도착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다시 15킬로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내린 푸에르토 이과수는... 덥다. 파라과이, 브라질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과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보다 훨씬 덥고 무엇보다 습했다. 이곳에서는 웬만하면 걷지 않고 웬만하면 모험을 하지 않길 권한다.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푸에르토 이과수는 매우 작은 마을이라 우리는 따로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 직접 구할 생각이었는데, 문제는 최대 관광도시인만큼 이곳의 물가는 국경도시 살타와 달랐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대의 숙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가격과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호텔에는 스탠더드 룸이 딱 한 개 남아있었는데 그마저 문제가 좀 있었다. 룸에 문제가 있다고 무료 업그레이드 따위는 없다. "그래도 원하면 여기 쓰시던지" 유명 관광지에서는 돈이 참 정직하다. 호텔과 네고시에이션이란 통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지치자 우리는 서로 말이 조금씩 날카롭게 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랭해졌다. 마지막에 남편이 최종안을 내놓았다. 이럴 바엔 그냥 좋은 호텔로, 그것도 룸 업그레이드해서 더 좋은 방으로 가자! (그때 우리는 장기 배낭여행 중이라 한참 긴축재정 중이었다.) 그것은 지친 우리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멀리 브라질까지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은 적당하게 쾌적하고 시원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완벽한 호텔 베딩까지! 콸콸 쏟아지는 따뜻한 샤워를 (볼리비아를 거쳐 오면 '콸콸'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마치고 나니 이제야 이 곳이 좋아진다.
이곳에서 3박 4일간 머물면서 탱고는 꿈도 안 꾸었지만 이곳에도 역시 탱고 친구들이 있다. 오늘 밤은 홍콩에서 온 세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시아도 아닌 이과수에서의 조우라니! 역시 세계에 탱고 친구가 없는 곳이 없다. 아르헨티나에 왔으니 아사도를 먹으면서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했다. 친구들은 하루는 아르헨티나 쪽에서, 또 하루는 브라질 쪽에서 폭포를 보기로 했다고 한다. 게으른 우리는 하루는 아르헨티나 사이드를 보고 하루는.. 그냥 호텔 수영장에서 놀기!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뿌에르토 이과수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사막에서 온 우리지만 여기는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습도까지 높은, 말 그대로 찜통더위라 더욱 힘들다. 셔틀버스는 폭포 앞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이과수 공원 앞까지 간다. 여기에 내려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하이킹 코스나, 배 투어, 사파리 투어, 악마의 목구멍 코스 등 여러 가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사파리 지프를 타고 정글 투어를 한 후 배를 타고 폭포 밑을 지나기로 한다. "오늘 한 가지 하이킹 코스가 막혔있던데?" "응. 오늘 그쪽에 표범이 몇 마리 나타나서 폐쇄했어." 흔한 일상이라는 듯 가이드는 무심하게 말했다. 사파리에서는 주로 정글의 새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드디어 우리는 폭포로 향하는 배를 탔다. 폭포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각자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시원한 스피드 보트를 즐긴다. 시간이 되면 가이드가 카메라를 넣을 것을 지시했다. 폭포에 가까워올수록 점차 흥분이 고조되다가 드디어 폭포 바로 아래로 들어간다. 이제 시작이야. 많은 여행 프로를 보고 상상 속에서 나는 벌써 이곳을 여러 번 다녀온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과수 물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 머리는 강력한 물 펀치에 거북이 목처럼 몸속으로 쑥 박힌다. 정신이 아찔한 순간, 너무 재미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어. 너무 재미있는데 내 입에서 흐르는 게 폭포수인지 침인지 모르겠어. 드라이버는 두 번 정도 폭포 샤워를 시켜주었다. 영상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우헤헤헤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
투어가 끝난 후에 악마의 목구멍을 보러 갔다. 미니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줄이 길어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콜라를 하나 사 마셨다. 이곳은 콜라도 비싸다. 미니기차에서 내리면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간다. 이과수 폭포는 한 개의 폭포가 아니라 거대한 여러 폭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 넓은 강 위에는 다리가 놓아져 있어서 폭포의 바로 상부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브라질 쪽에서는 전체적인 폭포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아르헨티나에서는 폭포의 바로 위에서 거대한 폭포를 내려다 보는 압도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악마의 목구멍에 가까워 오자 벌써부터 물방울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수영복을 입고 오길 잘했어. 폭포를 보러 올 때는 무조건 푹 젖을 것을 감안해서 옷을 입고 와야 한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빨려내려 간 물은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 물방울들은 바람을 타고 우리를 덮친다. 이곳은 축제의 현장! 이과수 샤워장 개장이다. 머리에서 발까지 몽땅 젖어도 모두들 즐겁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더 많이 물이 뿌려질수록 사람들은 더 흥겨워진다. 낯선이 들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다들 장난기가 가득하다. 반대로 폭포를 내려다보면 그 거대함은 압도적이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오싹함이 느껴진다. 아이처럼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이다. 남편은 남미에 와서 제일 즐거운 날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https://tangodive.tistory.com/14
33한 찐행복, 여행은 일상처럼 @스플리트 밀롱가,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해야 할 일은? 올드타운 골목길 탐사와 디오클레티아누스 로마황제 궁전 체크체크!! Riva거리 까페에서 노을 즐기기 각종 액티비티와 함께하는 섬 투어 스플리트와 바다를 한 번��
tangodive.tistory.com
https://tangodive.tistory.com/16
본격 환상파괴 스토리 (1) @ 우유니, 볼리비아
이 이야기는 우유니 사막에 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여행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여행 단골 멘트이다. 식상하지만 나 또한 한장의 사진에서
tangodive.tistory.com
'Jinny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사도, 스테이크로 기억되는 도시 , 살타 Salta , Argentina (2) | 2020.08.23 |
---|---|
본격 환상 파괴 스토리 (2) @ 우유니 2박 3일 사막투어, 볼리비아 (1) | 2020.08.21 |
본격 환상파괴 스토리 (1) @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0) | 2020.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