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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여행이야기

본격 환상파괴 스토리 (1) @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by NomadJJ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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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우유니 사막에 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여행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여행 단골 멘트이다.

식상하지만 나 또한 한장의 사진에서 우유니 소금 사막을 계획했다. 그리고 갔다 그곳에.

 

우유니 마을은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가는 관문 마을이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서 출발한 야간 버스는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아직 깜깜한 새벽시간 우유니에 도착했다. 여름이지만 새벽 공기는 추웠다. 이 시간에 유일하게 문을 연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가 있다는 이 건물은 짓는 중인지 허무는 중인지 모를 그 어디쯤에 있는 모습이다. "컴온~ 브랙 패스트, 커피, 와이파이~" 호객에 이끌려 사람들은 건물 2층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실 그곳 말고는 이 시간에 문을 연 곳이 없었으니 선택권은 없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자니 여름이지만 새벽의 우유니는 추웠고, 잠이 덜 깬 상태라 더욱 한기가 느껴졌다. 카페 안에는 간이 식탁 몇 개와 플라스틱 의자 몇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합석에 합석을 하고 사람이 더이상 들어설수 없을 때까지 사람들을 밀어 넣었다. 몇개 없는 메뉴 중에서도 가장 간단해 보이는 커피와 토스트를 주문했다. 일하는 분들은 주문을 받는 것과 호객하는 것 외에 포지션이 졍해지지 않았나 보다. 언제부터 커피를 끓이고 토스트를 구을 건지 아무도 주방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wifi는 터지지 않았다. 우유니 까지 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볼리비아큰 기대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부분 익숙한 표정이다. 우리는 그저 날이 밝고 각자가 행하는 목적지가 열릴 때까지 잠시 이곳에서 추위를 피한다.

 

황량한 우유니 마을...

 

원래 나는 특별한 계획이 있지 않았다. 지평선이 사라지고 상하 좌우가 사라지고 거리감이 사라짐과 동시에 시간 개념까지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소금 사막, 그 사진처럼 그곳을 느껴보고 싶었다. 소금사막만 보고 나이트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야지! 사막 깊숙이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와서야 알게 된 사실.

 1. 소금사막은 우유니 사막의 극히 일부분이다.

 2.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침대형 야간 버스가 없다. ( 90도로 앉아서 가는 일반버스에서 자면서 넘어가야 한다 )

 3. 기차를 선택한다고 해서 고생의 강도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행은 복병의 연속이다. 볼리비아는 더욱 그렇다. 어차피 고생하면서 넘어가야 한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사막을 제대로 보면서 칠레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2박 3일 사막투어를 선택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우유니까지 오는 길이 너무 고되었기 때문에 몇 시간 소금사막만 보고 가는 게 아깝기도 했다. 내 평생 다시 여기 올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까...

 

2박 3일 사막투어에서는 정작 소금사막을 들르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별도로 반일 소금사막 집중 투어별보기 투어를 신청했다. 우유니는 매우 작은 마을이라 쉽게 여행사 밀집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여행사에 가면 문 앞에 투어 신청자들이 각자 팀원을 모으는 종이쪽지를 붙여 두는데, 그 아래 자기 이름을 적어둔다. <한국사람들만, only Korean>이라는 리스트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콘셉트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언어가 통하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되기를 선호해서 붙여놓은 쪽지이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우리 팀은 홍콩 커플과 한국 커플, 그리고 우리 부부, 또 혼자 오신 한국 여성분이 함께했다. only Korean팀을 원했는데 홍콩 커플이 끼었다고 한국 커플 여자분은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감이 임박한 시간이라 조바심에 팀을 그렇게 마감시킨 나는 미안함에 괜한 눈치가 보였다. 소금사막은 우유니 사막의 일부분이지만 매우 광활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이라고 하니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나침반으로 길을 찾을 수 없어서 베테랑 드라이버들은 주변 지형을 외워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초보 드라이버들은 베테랑 선배랑 짝을 지어서 그 차를 따라가면서 지형을 익혀야 한다. 한참을 달려 땅의 색이 흙색에서 점차 하얀 소금 색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이 한없이 감격이었다. 지금은 건기라 하늘과 바다가 대칭으로 보이는 미러 뷰를 볼 수는 없었지만, 눈이 부시게 하얀 소금밭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소금사막은 희한하게 소금의 결정대로 오각형 모양의 패턴을 만들고 있다. 주변의 얕은 언덕조차 사라진 곳에 가니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저 하얀 땅과 파란 하늘이다. 어느 글에서 본 것처럼 일행과 약간 떨어져 계속 걸어 나가 보았다. 이렇게 계속 걸어가면 사람들은 나를 찾을 수 없고 영영 길을 잃게 되겠구나. 강렬한 유혹, 공포가 한꺼번에 엄습해 왔다. 우유니 투어에서 드라이버의 인기는 손님들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콘셉트 사진을 잘 찍어주느냐에 좌우된다. 불행하게도 우리 드라이버는 사진에 큰 소질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우유니 전매특허, 원근감 소실 사진을 찍으면서 각자의 추억을 만든다. 마지막 코스로 물이 있는 곳에 가서 상하 미러 사진을 찍고 일몰도 보기로 한다. 이때 사진이 잘 나오는 관건은 물이 얼마나 있느냐, 바람이 얼마나 잠잠한가이다. 지금은 건기라 물이 없다. 게다가 오늘은 바람이 계속 부는 날이다. 한마디로 사진은 망했다. 물이 워낙 없다 보니 발바닥에 찰방 거리는 정도의 얕은 물웅덩이가 전부이다. 드라이버들은 건기에도 물이 고인 자기 나름의 스폿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오늘 투어에 참가한 차량들은 모두 이곳에 모인 것 같다. 이렇게 작은 물웅덩이에 모여서 최대한 사람이 없어 보이게, 최대한 미러 뷰로 멋지게 사진을 뽑아내기 위해 모두들 고군분투 중이다. 모든 소품과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다른 분들의 준비성에 힘입어 나도 재미있는 단체 사진을 몇 장 남길 수 있었다.  관찰자 시점으로 보고 있으면 좀 웃음이 난다. 내가 봤던, 나의 여행을 결정하게 했던 그 사진도 실상 사진을 찍던 현장은 이러했을까? 해가 진다.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소금사막에서는 해도 붉고 근사하게 넘어갔다. 한국에서도 해가 지고 그해는 이렇게 또 지구 반을 돌아 이곳에서 진다. 하지만 유독 이곳의 노을이 가슴을 울리는 건 나의 마음가짐의 차이겠지? 그래도 왠지 뭉클하다. 돌아오는 길에 해는 완전히 사라지고 사방은 어둠만 깔렸다. "자 이제 차에서 내리고, 모두 핸드폰 끄세요"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 별이 내 눈 속으로 한가득 담긴다, 아름답다~ 온갖 미사여구가 쏟아져야 하지만, 실상 그때 나는 그저 추웠다

우유니로 돌아와서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건 우리가 주문을 하고 30분쯤 지나서야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식당 아가씨는 느릿한 걸음으로 오븐에 불을 켰다는 것이다. 우유니 마을은 사막투어를 가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세트장처럼 허름하고 작았다. 다행히 우리 호텔에서는 콸콸은 아니라도 뜨거운 물 샤워가 가능하다. 내일은 2박 3일 투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막으로 들어간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지만, 개고생이 될지, 빅재미가 될지 모를 내일의 여정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우유니 사막 본격 환상 파괴 스토리 (2)는 다음 편에...

우유니는 우유니 사막으로 가기 위한 거점 마을이다. 마을이 워낙 작아서 있는 것이 없고 물가가 비싸다. 투어에 필수품인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등 공산품은 우유니에 오기 전에 사 오는 것이 좋다. 우유니 마을은 볼게 전혀 없어서 투어 일정을 타이트하게 짜서 바로 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르헨티나로 넘어가기 전 달러가 필요한 분은 이곳에서 atm기에서 달러 인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만 전적으로 믿으면 우리처럼 달러 거지가 될 수 있으니 이곳은 최후의 보류로만 생각하시길... 우리가 갔던 날들은 주말과 연말이 끼어서 atm기가 텅텅 비어 있었다. 꼭 미리 준비하고 최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건기엔 물이 요만큼 밖에 없다. 없는 살림에 컨셉사진 찍기, 우유니사막,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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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환상 파괴 스토리 (2) @ 우유니 2박 3일 사막투어,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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