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여행 스토리가 아니다
우유니 소금사막 반나절 투어 (1) https://tangodive.tistory.com/16
본격 환상파괴 스토리 (1) @ 우유니, 볼리비아
이 이야기는 우유니 사막에 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여행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여행 단골 멘트이다. 식상하지만 나 또한 한장의 사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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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사막 투어를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 (물, 간식, 모자 등)을 사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소금사막 투어 (반나절 투어)와 마찬가지로 사막투어팀 역시 직접 팀을 모으기 위한 쪽지들이 여행사 앞에 즐비한데,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모이기를 선호한다. 같이 콘셉트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인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 팀은 혼자 여행 중인 아르헨티나 여자 C, 볼리비아인이지만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 A와 삼촌 M,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고국인 한국 군대의 부름을 받고 막 군 복무를 마친 Y,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6명으로 구성됐다. 나는 다국적 팀을 선호하는데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는 차치하더라고, 드라이버가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스페인어 가능자가 팀 내 끼어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드라이버 역시 영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모든 설명은 팀플레이로 나에게 전달됐다. 드라이버가 설명해주면 삼촌이나 조카가 영어로 번역해주고 그러면 남편이나 Y가 다시 나에게 한국어로 보충해 주었다.
건조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우리의 지프는 나름 상쾌하게 출발했다. 우리팀의 분위기는 좋았다. 서로 배려해주는 동시에 위트가 있었고, 그래 우리는 케미가 잘 맞았다. 또한 우리 팀의 드라이버는 콘셉트 사진의 대가였는데, 소금사막에서 엎드리고 눕고 몸을 아끼지 않고 열성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드라이버의 지시에 따라 사진 포즈를 취하고 연기를 하면서 우리 또한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해 본다. 한참을 달려 점심시간이다. 이때 드라이버는 셰프가 된다. 2박 3일간 먹을 식재료를 모두 차에 싣고 출발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때가 되면 드라이버가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한다. 점심을 먹기로 예정된 건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 팀은 조금 떨어진 정말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 소금 바닥 위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사실 나는 맛있었고 남편은 입맛이 없어서 거의 먹지를 못했다. 식후에는 소금사막 바닥의 소금들이 5 각형을 만들며 정렬되는 이유에 대한 소소한 토론이 잠시 이어졌다. 이유에 대해서는 가장 최근까지 공부를 한 공대생 Y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멍청하게도 뻔한 결과를 알면서 소금을 찍어 먹어보기도 한다. 구역질이 날만큼 쓰고 짜다. 티브이에서 보면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하나 싶은데, 우리도 잊지 않고 해 본다. 자외선이 강한 이곳에서 선글라스, 모자, 선크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모자와 선크림에 무심했던 M은 첫째 날부터 일광화상을 입었다.
이후에 드넓은 소금사막과 그런 소금사막 가운데 우뚝 솟은, 그 예전에는 어떤 바다 위 섬이었을 선인장 산에 오른다. 실상 산이라기 보다는 선인장 언덕이다. 소금마을에도 들렀는데 모든 집이 소금으로 지어졌다.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유료 화장실을 이용한다. 첫날 들른 장소들은 대부분 유료 화장실이 있다. 사막에서 유료 화장실을 보면 무조건 가야 한다. 그때를 놓치면 다음번에 차라리 노상방뇨가 낫다고 느껴지는 무료 화장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한 면만 막히면 노상방뇨가 가능한 남자가 부러워진다. 첫날은 역시 신나고 즐거웠다. 아직 힘이 넘치는 우리는 웃고 떠들고 같이 사진도 많이 찍었다.
오후가 깊어지자 사막도 깊어진다. 이제 바닥에서 소금기는 사라지고 모래 바닥이 드러난다. 사막이라고 하면 사하라 사막처럼 바람에 따라 사구가 물결치듯 흐르는 사막을 생각하는데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은 공사장 바닥같이 단단한 모래바닥이다. 비좁은 차량에 7명이 나눠타고 하루 종일 달렸으니 이제는 차에서 내려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 하루를 보내게 될 마을로 들어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방이 없다고??? 우리가 투어를 예약할 때 분명 2인 1실 방은 확실하다는 약속을 받고 돈을 미리 지불했는데 방이 없다니? 미리 준비된 거 아니었어? 드라이버는 몇 곳을 더 들른 후에야 겨우 우리를 내려주었다.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방이 없어서 2인실이 없고 6인실을 함께 써야 해." 너무 피곤했고 우리 팀은 이미 허물없는 친구 사이가 되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금으로 지어진 집 예쁜 집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할까? 소금집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늑했다. 방안에 모든 것이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소금 침대 위에 매트리스가 올려져 있고 작은 창문으로 근사하게 노을이 진다. 수압이 약하긴 하지만 샤워가 가능하고 소량의 돈을 지불하면 따뜻한 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중앙홀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요리사가 된 드라이버는 뚝딱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피곤과 허기라는 MSG가 들어간 음식은 맛있었고 식후에 즐기는 담소도 재미있었다. 하루 종일 민소매를 입고 다닌 M은 얼굴과 어깨에 일광화상을 입어서 일찍 쉬러 들어갔다. 모두 걱정스럽게 각자가 가진 비상약품을 꺼내 주었다. M을 제외한 우리들은 밥 늦도록 차를 마시며 각자의 여행담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는다. 밤이 깊어지자 누군가 말했다. "별 보러 가자" 하늘에선 별이 쏟아진다. 이런 것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행복하다... 숙소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근사한 뷰를 볼 수 있다는데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어둠으로 들어가기는 무서웠다. 지금 이것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근사하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는데 누군가 문을 열었다. 아침이랜다. 달린건 내 다리가 아니고 분명 자동차인데 한차례 마라톤을 마친 양 온몸이 뻐근하다. 두 번째 날이 시작됐다. 오늘은 더욱 깊숙하게 사막을 관통한다. 가이드가 자기만 아는 포인트라고 데려간 잉카인의 동굴 무덤을 보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을 수 있어서 볼리비아 현지통화를 약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라구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홍학 무리가 유유히 라구나 위를 걸어 다닌다. 사방에서 다른 색의 파스텔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라구나의 색은 신비로웠다. 다만, 경치는 점점 더 신기해져 가는데 거기에 따라 고도도 높아지고 있다. 남편은 쿠스코에서 보였던 고산병 증세가 다시 나타나는지 밥을 거의 먹지 못했다. 통 입맛이 없고 기운도 없다고 한다. 여행은 체력전이다. 이후에는 오색산 지역으로 들어선다. 이곳의 모래산들은 각종 금속 성분이 있어서 단층들의 색이 모두 다르다. 쉽게 말해 무지개떡 같은 느낌이다. 꽤 강한 바람이 부는 이 곳의 바람은 모래산을 깎아 매일 다른 색조합의 무지개 떡을 선보인다. 한쪽에서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엉덩이를 까고 사진을 찍고 있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인데... 덤 앤 더머인가? 사막에 들어와서 물을 정말 조금씩 먹고 있다. 물론 식사량도 줄인다. 기본적으로 물이 나오지 않는 화장실 상태들이 형편없다. 화장실 가는 횟수를 어떻게든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 둘째 날은 우리가 늘 사진에서 보아오던 우유니 사막보다 더 사막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다.
어둑어둑 해질무렵 두 번째 숙소 마을로 들어섰다.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지친 느낌이다. "하루만 더 참으면 돼." 그런데 오늘도?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심하게 숙소를 구하기 힘들다. 또 방이 없다니... 도대체 나의 예약금은 어떻게 된 것인가? 오늘 겨. 우. 잡았다고 강조하고 방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곳은 창고인가? 일반적인 숙박시설 밖으로 간이건물처럼 생긴 창고에 급조한 것 같은 방에 허름한 침대가 3개 놓여있다. 하루에 3시간가량밖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그나마 이방엔 전등이 아예 없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에 의존해 짐을 내려놓았다. 언제 세탁을 했는지? 아니 세탁이란 것을 해본 적 은 있는지 의심스러운 침구가 놓여 있었다. 시멘트 날것으로 드러난 바닥 어디에 배낭을 내려놓았지만, 바닥이고 침대고 어디에도 짐을 풀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같은 여행사에서 바로 내 옆에서 같이 예약을 한 다른 팀은 멀쩡한 침실을 배정받았다. 항의를 해보았자 가이드는 모르쇠... 어차피 영어를 모르는 가이드와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스페인어가 가능한 삼촌과 조카는 얼른 웃돈을 주고 방을 업그레이드한 모양이다. 또 하나 스페인어와 영어가 가능한 아르헨티나 C양은 포기 상태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단다. 그래... 따져봐야 배 째~로 일관하는 가이드에게 어쩔 도리가 없다. 이것이 볼리비아 스타일이라면 즐.. 겨.. 야.. 하겠지. 그나저나 가이드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으니 따질 수도 없다. 다행히 개인 욕실이 딸린 2인실을 잡은 삼촌과 조카 덕분에 그 방 샤워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곳은 리얼 사막의 중심이라 물과 전기는 매우 귀하다. 공용 화장실에는 당연히 물이 나오지 않았고 화장실 안에 하나뿐인 세면대에서만 약한 수압으로 물이 나왔기 때문에 고양이 세수와 양치만 가능했다. 그나마 간단한 샤워라도 가능한 우리는 행운인 거다. 날이 어두워지면 전기가 3-4시간 정도 들어오기 때문에 그 시간 내에 모든 활동을 마쳐야 한다. 씻고 저녁 먹고, 중앙홀에만 있는 콘센트에서 필요한 충전도 해야 한다. 콘센트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오늘 이곳에서 묵는 모든 게스트들이 콘센트 앞에 충전기 줄을 세워 놓았다. 그렇게 서둘러야 필요한 충전을 끝낼 수 있다. 그나저나 저녁을 줘야 할 가이드가 계속 보이지 않는다. 소등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어서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숙박시설 여주인이 저녁을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평도 한가득 내려놓는다. "너희 저녁은 너희 가이드가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이게 말로만 듣던 눈칫밥이다. 한참 눈칫밥을 먹고 있는데 거나하게 취한 가이드가 선물이라면서 먹다 남은 와인 반 병을 들고 돌아왔다. 그래. 따질 기운도 없다. 오늘은 금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온 우리와 Y가 한방이다. 침낭을 챙겨 오길 잘했어. 침낭을 속 이불 삼아 찝찝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사막의 밤은 춥고 건조했다. 숨 쉴 때마다 건조한 공기가 코 점막 속으로 들어와 페포 안을 채운다. 그리고 페포안의 모든 수분을 다시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건조함에 숨쉬기가 힘들다. 한밤중 겨우 선잠이 들었다가 남편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이 방에 산소가 부족한가 봐. 너무 숨 막혀. 숨을 못 쉬겠어" 남편은 숨을 쉬기 위해,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 중이다. 남편은 산소부족과, 나는 건조한 대기와 사투 중이다. 그렇게 또 한 밤이 지나갔다. 아침에 잠을 깬 Y는 어젯밤의 우리 둘의 소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눈치다. 피곤해서 너무 잘 잤다고 한다. 20대의 체력이란.. 역시 여행은 체력전이다.
나는 가이드에게 아직 화가 났지만 그는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농담을 건네며 너스레를 떤다.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것이 남미 스타일이다. 불합리를 따지고 들면 남미란 곳은 여행할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어젯밤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잤고 이렇게 살아있지 않은가 그럼 됐다. 가이드의 농담에 또 그냥 그렇게 웃으며 마지막 날 투어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화산지대를 통과한다. 땅은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태고의 화가 풀린 지 않은 건지 연신 김을 뿜어댄다. 따뜻한 증기에 꽁꽁 언 손을 녹여본다. 이 곳은 이제 고도가 거의 5000미터에 달하는 곳이라 걸으면 숨이 찬다. 하지만 이제 최고점을 찍었으니 내려갈 일만 남았다. 화산에서 조금 내려와 노천 온천에 도착했다. 며칠간 고산병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M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느새 수영복을 갈아 입고 온천에 뛰어들었다. 그 외에 게으른 나머지들은 "옷 갈아입기 귀찮아 우리는 발만 담글게." 여름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날씨는 건조하고 차가웠다. 따뜻한 노천 온천에 발을 담그니 피곤이 사르르 녹는다. 마지막 날 온천은 정말 신의 한수인 듯하다. 이제 투어는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후련하면서 아쉽고, 시원섭섭한 기분이 딱 지금 느낌일까?
마지막으로 볼리비아의 국경 사무소에 도착했다. 이곳을 지나면 칠레이다. 이때 볼리비아를 나가려면 출국세를 내야 하는데 달러나 신용카드는 받지 않으니 무조건 볼리비아 돈을 남겨두어야 한다. 줄은 길고 출국 심사는 더디었다. 아 볼리비아! 탈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구나... 우리 부부와 Y 이렇게 한국인 3인방은 칠레로, 삼촌 & 조카 그리고 C는 다시 우유니로 돌아간다. 3일간 좁은 지프 안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친해진 우리 팀, 우유니 사막투어에서 팀원끼리 맞지 않다면 여행은 배로 힘들어질 것이다. 사막 여행은 사실 모든 것이 불편하다. 서로 양보하고 불편함을 웃어넘기지 않으며 투어는 고생길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배려해 주는 팀원 덕분에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녕 우리 팀. 마지막 기념 촬영을 하고 서로의 남은 여행을 축복해 주었다. 국경 사무소를 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는 기가 막히게 매끈하다. 볼리비아를 벗어나자마자 도로는 바로 매끈하게 포장이 되어있고 신형 버스는 미끄러지듯 달린다. 이제 칠레구나!
<모든 불평을 쏟아 넣은 글을 읽은 당신께>
그래서 볼리비아 여행 간 걸 후회해?라고 묻는다면 남편과 나는 1초의 주저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아니!"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이 모든 것이 하얀 땅, 사방에서 다른 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이 아름다운 라구나, 매일 옷을 갈아입는 무지개 단층 그리고 별이 쏟아질 것 같던 밤 그때 그곳에 만났던 홍학과 사막여우,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또 묻는다. "그렇다면 또 가고 싶어?" 이 또한 한시의 주저도 없이 대답한다. "아니!"
일생에 한 번은 우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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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 한 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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