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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여행이야기

아사도, 스테이크로 기억되는 도시 , 살타 Salta , Argentina

by NomadJJ 202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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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특유의 한낮 불볕더위가 퍼붓고 나면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고풍스러운 실링팬을 돌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쾌적하다. 하얗고 사각사각한 호텔 침구가 깔린 커다란 침대에서 하루 종일 비비적거리고 있다. 이런 침구 얼마만인가! 장기간 꼬질꼬질하게 배낭여행을 하고 있지만.. 그래! 나도 이런 침구 좋아한다고!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아.

 

 우유니 사막지대를 지나서 아르헨티나에 가까워 올수록 눈에 띄게 초록이 많아졌다. 공기 역시 사막 특유의 건조함이 사라지고 적당히 달콤한 습도가 섞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풍요로운 땅을 가진 아르헨티나가 왜 경제적으로 어려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설수록 아르헨티나 땅은 더욱 비옥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런 감탄은 잠시 살타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치안에 대해 블로그에서 워낙 많이 봤던 터라 우리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저녁에 도착할 것을 예상해서 버스터미널과 매우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두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버스에서 내리고 난 직후엔 사방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일단 움직여야 구글 GPS가 움직일 것 같은데 아무 쪽이나 움직여 볼까? 허둥대는 사이 해는 완전히 저물었다. 길가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만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남미에 도착해서 벌써 세 번째 나라인데도 우리는 아직도 남미가 많이 낯설고 무서웠다. 다음날 날이 밝고 난 후 우리는 살타가 밤에 본 첫인상과 다르게 매우 평화롭고 예쁜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Salta는 주변에 무지개 산이나 소금사막 그리고 사막과 바람이 만들어낸 기암절벽들 볼거리가 많은 아르헨티나 북부의 유명한 관광도시이다. 기본적으로 항상 조심하면서 여행을 해야겠지만, 치안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같은 대도시보다 훨씬 안전한 편이다. 이미 사막이라면 신물이 났던 우리는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호텔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중이다. 우연히 발견해 들어오게 된 이 호텔은 3개의 작은 수영장과 조식이 제공되는 레스토랑, 여러 라운지들 그리고 무엇보다 방의 컨디션들이 최상이었다. 게다가 아직은 비수기라 무척 저렴했다. 욕실에서는 온수부터 냉수까지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것만으로도 호사스럽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사막에서 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호텔 침구에 몸을 부비며 오늘은 빗소리만 듣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 

 

Salta 살타 , Argentina 아르헨티나

 

살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스테이크다. 두툼한 고기를 통째로 구운 스테이크는 아사도로 유명한 고기 장인 아르헨티나 스타일로, 육즙을 그대로 품은 채 적당한 미디엄으로 구워졌다. 그릴 야채나 샐러드를 곁들이고 아르헨티나 와인도 함께 마셔주면 최상이다. 그렇게 만찬을 즐겨도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역시 스테이크가 유명하지만 맛과 가격 모두 살타에 비할바가 아니다. 도착한 첫날 바로 현지인에게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릴 야채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담당 서버에게 와인을 추천받았다. 드디어 아르헨티나 소고기 스테이크를 영접한다. 담당 서버가 와서 스테이크를 직접 잘라 먹기좋게 서빙을 해준다. 둘이 먹고도 남을 만큼 양이 많다. 첫 한입을 입에 넣는 순간 남편과 서로 눈이 마주쳤다. 바로 눈가에 번지는 웃음.  이 맛을 정의하자면 '그래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겠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틈나는 대로 매번 다른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어 보았다. 실패가 없다. 살타에 와서는 매일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  

 여름 한낮의 살타는 무척 뜨거워서 30분만 걸어도 금방 지친다. 하루의 더위가 식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Plaza 9 de Julio 광장으로 나간다. 개와 늑대의 시간, 매직 아워에 돌입하면 이 공원은 살타 시민들의 놀이터가 된다.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때론 연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음료수를 한 개씩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잠시 동네 사람 코스프레를 해 보았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San Francisco 성당에 불이 켜진다. 광장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야시장도 열린다. 지역 특산물인 핑크색 원석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목걸이를 몇 번씩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다. 예쁘긴 하지만 액세서리를 하지 않을게 분명하기 때문에, 나의 소비에 대한 다른 정당성을 찾는 중이다. 이렇게 광장을 걷다가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페루 쿠스코에서도 만났던 한국 커플이다. 남미 여행코스가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만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잠시 만난 인연이라도 타국에서의 재회는 언제나 반갑다. 발길 닿는 데로 여행 중이라는 남의 커플 여행기는 다시 들어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디 호텔이 좋은데 지금 비수기라 얼마까지 된다더라. 어디 식당의 무엇이 맛있다더라. 어디 가면 환전할 때 얼마를 더 쳐주더라.. 소소한 여행정보도 주고받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아르헨티나의 한 도시에서 일주일을 이렇게 보냈다. 살타에서 우리가 목적한 바는 한 가지였다. 볼리비아와 사막 여행의 여독 풀기. (볼리비아는 우리에게 참으로 하드코어 여행지였기에...) 세상에서 이 목표에 가장 적당한 곳이 바로 이곳 살타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저녁도 스테이크 콜?

 

<살타에서 할 일>

 

1. 스테이크 먹기

2. 물가가 저렴하니 호텔 욕심부려보기

3. 케이블카 타고 살타 전망 보기

4. 사막에 질리지 않았다면 (사막 투어 가기)

5. 예쁜 카페 찾아다니기

6. 그리고 또 스테이크 먹기

 

Iglesia San Francisco, Salta

https://tangodive.tistory.com/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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