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고 당신의 춤을 추세요.
여러분은 팔로워가 아니에요. 땅게라입니다!
나는 수업을 듣는데 참 게으른 편이다. 워낙 운동신경이 둔한 몸치인 데다가 어떤 것을 꾸준히 해내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수업을 들어봤자 춤은 매번 제자리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자 하는 의욕은 상실된 지 오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업의 열정이 언제나 넘치는 남편 덕분에 그래도 가끔씩 수업을 듣게 된다. 우쯔 탱고 페스티벌에 갔을 때였다. 매일 새벽까지 밀롱가에 있다 5시쯤이나 되어서 자러 들어가다 보니 낮시간의 수업은 정말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자의 10% 타의 90%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 사람들 정말 잘 가르친다는데.. 꼭 들어보고 싶어. 오늘 수업 주제가 뭐야? 뮤질컬리티? 오 마이 갓... 나는 탱고 수업 중에서도 뮤지컬리티 수업을 제일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리티가 수업을 듣는다고 생겨? 그건 음악 많이 듣고 스스로 터득하는 거 아냐? 줄곧 생각해 온 나였다.
아니 너무 빨라. 아냐 아냐 지금은 너무 느려.
아 도대체 이런 빌어먹을 못해먹겠네. 비트를 전혀 맞추지를 못하겠다. 남자의 리드에 집중하고 끝까지 기다려서 움직이라는데 집중하면 할수록 빠르다고 하고 일부러 천천히 가면 너무 느리다고 한다. 남자의 센터에 집중하세요. 남자의 팔에 집중하세요. 남자의 축 이동에 집중하세요. 여러 마에스트로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풀어놓는다. 이런 give up! 난 포기다 포기. 아무리 남자의 리드에 집중을 하면 할수록 나는 너무 빨리 움직이거나 또는 너무 느렸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운동신경이 둔한 나는 점점 주눅이 들었다. 아 정말 재능이 없나 봐. 여행을 핑계로 페스티벌을 다니지만 춤 자체에 대한 흥미는 점점 시들해져 갔다. 그날의 수업이 비트에 관한 것이었는지 특정 악단에 관한 것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뇌리에 꽂힌 건 땅게라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러분은 단순한 팔로워가 아니에요. 땅게라입니다. 음악을 듣고 본인이 느끼는 대로 남자와 함께 춤을 추세요. 음악을 즐기세요. 보세요 당신들은 음악은 듣지도 않고 리더의 오더가 언제 떨어지나 눈치만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파우사 동작을 예를 들면 당신은 정지 동작을 할 수도 있고 아도르노를 할수도 있지만 그것은 음악을 표현하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그저 남자의 신호를 기다리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 역시 음악을 표현하는 당신의 아도르노 인 것입니다. 다른 동작들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여자분들! 스스로 음악을 표현하세요. 남자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해요.
사람마다 각자의 처해있는 위치에서 수업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전의 선생님들의 가르침도 모두 옳았지만 그때 그 순간 후안의 이야기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었다. 나는 팔로워라는 포지션에 갇혀서 음악을 듣지 않고 계속 리더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지금가? 아니 지금 아냐? 나는 상관의 명령을 기다리는 부하처럼 굳어있었다. 그렇다 보니 유연하지 못하게 뻣뻣해지면서 박자를 놓치고 있었고, 또 그렇다 보니 아무리 잘 추는 사람과 춤을 추어도 춤을 즐기기보다 행여 내가 틀린 거 아닌지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던 것도 같다. 괜히 창피해서 눈을 끔벅거렸다. 수업 주제도 모르고 들어왔던 그 탱고 클래스가 그간 나의 스트레스에 위로와 해답이 된 느낌이었다. 땅게라가 음악을 듣고 함께 춤을 춘다는 느낌을 줄 때, 그리고 그녀가 즐겁다는 느낌이 전달될 때, 남자도 역시 더 기쁘게 춤을 출수 있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한곡 연습 때는 남자의 리드보다는,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을 같이 즐긴다는 기분으로 춤을 추었다. 그래 이제 비트가 맞는 것 같아. 연습하던 남편 역시 느낌이 더 좋다고 한다.
그 수업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나의 춤을 추려고 노력했다. 나도 탱고를 즐기러 온 사람인데 남자의 리드만 맞춰주려고 온건 아니잖아. 음악을 스스로 듣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물론 여전히 잘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남자의 리드에 맞지 않아 엇박자가 날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땐 함께 한번 웃고 지나가면 되리라. 너의 지시를 내가 잘못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해석이 달랐으리라. 그 수업은 지금까지 나의 베스트 수업으로 남아있다.
그 뒤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어딜가든 항상 남자들의 까베세오가 줄을 이었고, 나랑 한번 춤을 춘 사람은 반드시 재 신청을 한다...라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의 까베세오는 반은 거절당하고, 한번 춘 사람이 다시 춤을 신청하러 오는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것은
나는 탱고를 출 때 훨씬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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