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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탱고이야기

탱고 프런티어라고 쓰고 땅또라고 읽음 @우붓Ubud, 발리Bali

by NomadJJ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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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프런티어라고 쓰고 땅또라고 읽음

우붓 Ubud 탱고 밀롱가, Bali, Indonesia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그 도시의 탱고 밀롱가를 먼저 검색하고 있다면 당신은 땅또입니다.

땅또 (라이): 탱고를 매우 사랑하며 탱고에 미쳐있는 상태인 자

 

 


 

발리 여행을 계획하며 제일 먼저 밀롱가가 있는지 검색했다. 검색은 주로 Google facebook을 이용해서 '발리 bali', '우붓 ubud', '스미냑 seminyak', '탱고 tango', '밀롱가 milonga' 등의 단어를 조합해서 찾아본다. 여행을 다녀보면 놀랍게도 세상에 밀롱가가 없는 곳이 없다. 세상에 땅또가 이렇게 많다. 탱고가 활발하지 않은 도시에서 탱고를 추고 있는 사람일수록 찐 땅또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 우붓에서도 탱고 프런티어 a.k.a 땅또를 만나게 된다.

 

우붓에 밀롱가는 없지만 뿌락 밀롱가가 있다. (뿌락띠까 밀롱가: 탱고를 연습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는 밀롱가, 일반 밀롱가보다 캐주얼하다) 이렇게 밀롱가가 많지 않은 도시에는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밀롱가가 있어서, 시간이 맞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다행히 우리가 머무르던 날 중에 뿌락 밀롱가가 있었다. 한낮의 태양은 강하고 끈적끈적했다. 느릿느릿 하노만 거리를 거닐다 출출해지면, 아이스 마가리따와 나초를 먹었다. 취기가 약간 오른 후 호텔로 돌아와 실링팬을 돌리고 낮잠을 잔다. 우붓은 내륙에 위치한 도시로 주변이 산이라서 스미냑 같은 해안도시보다 훨씬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편이다. 차가운 에어컨은 잠시 끄고 산들거리는 숲 바람에 팬 하나면 충분했다. 달콤한 낮잠을 즐긴 후에는 수영장에 간다. 우리 호텔은 우붓 중심부에서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계단식으로 나열된 방과 수영장이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원한 물에 들어가니 비몽사몽 남아있던 낮잠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한 번에 날아간다. 수영장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맥주와 감자튀김 아닌가. 며칠간 머물면서 이제는 꽤나 안면을 익힌 직원에게 맥주와 메뉴에 없던 감자튀김을 부탁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선베드에 누워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숲에서 부는 천연바람은 언제나 상쾌하다.

 

Ubud 우붓, 발리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우붓의 시간에 방점을 찍어보자. 오늘은 밀롱가를 가야겠다. 밀롱가 위치는 우붓의 번화가인 하노만 거리를 지나서 남쪽으로 한참 더 내려가야 했다. 이 정도면 걸어갈 수 있겠는데? 왜 우리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저녁으로 나시고랭을 먹고 난 후 밀롱가 시간에 맞춰서 호텔을 나섰다. 우붓의 도로는 가로등이 없어서 상점이나 레스토랑의 불빛이 가로등 역할을 한다. 한참 걸어가니 번화가가 끝나고 이제는 상점이 없다. 거리가 깜깜해진다. 도로에는 이제 차도 지나다니지 않고 이제 와서 택시를 잡을 수도 없었다. 다시 한번 구글맵을 확인하고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되겠어. 우붓의 인도는 중간중간 부서진 곳이 많아서 걸을 때 항상 발밑을 잘 살펴야 한다. 부서진 곳이 깊어서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로에 불빛이 없으니 핸드폰 조명에 의지해서 걷기 시작했다. 산너머 산이다. 이번엔 도로가 산속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인도조차 없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가보자. 핸드폰 손전등을 밝히고 혹시 달려올 차량에게 여기 사람 있음을 알리면서 산속 도로로 들어갔다. 그렇게 또 한참을 걸으니 먼발치 한 레스토랑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드디어 찾았구나. 

 

우붓의 뿌락띠까는 댄스 스튜디오가 아닌 채식 레스토랑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에서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다른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수업이 한창이다. 수업 후에 있을 뿌락 밀롱가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구경했다. 2쌍의 커플만이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두 커플 모두 처음 탱고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이 곳까지 와서 굳이 탱고를 처음 배우고 있는 걸 보니 단기 여행자들은 아닌 모양이다. 뭘 좀 먹어줘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수업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뿌락밀롱가 시간이지만 수업 후 남은 사람들 외에 더 이상 사람들이 오진 않았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역시 사람이 없다. 해외에서 낯선 도시의 밀롱가를 갈 때 특히나 이렇게 탱고가 활발하지 않은 도시에는 무조건 파트너와 같이 가는 게 좋다. 파트너가 없다면? 그래도 가는 것을 권장한다. 춤을 아예 못 출수도 있지만, 발리에서 밀롱가라니 궁금하지 않아? 

 

식사 대신 음료를 한 개씩 시켰다. 뿌락 밀롱가는 입장료 대신 도네이션을 받았다.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은 강제 아닌 강요 느낌으로 우리 테이블 앞에 도네이션 통이 있음을 주지 시켜 주었다. 남편과 한딴다 추면서 몸을 풀었다. 밀롱가가 아닌 뿌락띠까라 우리도 춤도 추고 중간에 연습도 하며 자유롭게 놀았다. 한 마리의 개가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와서 플로어 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탱고 음악에 익숙한 듯 자리를 잡는 걸 보니 이 녀석 처음이 아니다. 이곳에서 탱고 레슨을 하고 있는 땅게로는 러시아에서 온 K였다. 남편과 함께, 그리고 K와 함께 몇 딴다를 추고 나니 밀롱가는 대략 끝나는 분위기가 되었다.

 

테이블을 옮겨서 K와 K의 파트너와 합석을 했다. 그들은 늦은 저녁을 먹고 우리는 맥주를 한잔 더 하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온 커플이었는데 K의 파트너는 매우 매력적이고 춤을 잘 추었다. 매번 느끼지만 러시아 여자분들은 춤 선이 탁월하다. 자신감 넘치는 에스라인이라고 할까? 이렇게 좋은 발리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탱고를 추면서 살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K 어때? 발리를 좋아하는 K는 이곳 우붓에 탱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 몇 년째 고군분투 중이다. 발리는 세계 최대의 관광지이고, 유럽에서 은퇴이민을 오는 사람도 많은 데다가 최근에는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이기도 해서 장기체류자도 많다. 이것을 염두에 둔 시작 아녔을까? 프런티어이지만 잘만하면 탱고 비즈니스도 잘될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탱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K의 탱고는 현재 녹녹치는 않다고 한다. 일단 외국인이 비지니스를 하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고, 탱고라는 것이 발리 현지인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회원 모으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외국인이 대상일 수밖에 없어서 그 수는 늘 변동이 심하다. 생각보다 밀롱가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하지만 K는 쉽게 꿈을 접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탱고 프런티어, 찐 땅또다. 다음에 또 그다음에 우붓을 갈 때도 K의 밀롱가가 계속되길 기원한다.

 

발리에서 돌아온 후 몇 해가 지나 페이스북에서 K의 밀롱가가 우붓의 번화가로 자리를 옮겼다는 뉴스를 접했다. 아직 잘 꾸려나가고 있군. 휴가로 발리에 가서까지 탱고를 추겠다고 밀롱가를 찾는 땅또, 먼 나라 발리로 이민을 와서까지 탱고라는 춤을 추고 배워보겠다는 땅또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 이 탱고의 매력이란 마력인가?

 

Ubud 우붓 탱고 밀롱가 & 뿌락띠까
우붓 ubud 탱고 밀롱가 & 뿌락띠까

 

 

 


Ubud 우붓,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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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붓에서 탱고 추기 #발리에서 탱고추기 #탱고 추며 세계여행 #우붓에서 밀롱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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