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홈파티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New Zealand
아침부터 온 집안이 부산스럽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밀롱가가 있는 날. 포트럭 홈파티 콘셉트에 맞춰 H는 가지고 갈 음식 준비로 분주하고 그 외 무리들인 나, 남편, G, L은 오랜만에 꽃단장 중이다. 여기는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이고 우리는 G 아저씨의 집에 묵고 있다. 오늘의 멤버를 소개하자면 집주인 G아저씨와 아내 H, 아르헨티나에서 왔지만 탱고를 추지 못하는 L, 그 당시에는 남자 친구였던 구남친이자 현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다.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한국과는 달리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조용했다. 우리나라의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 개념이라 모두 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휴일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문을 닫는 상점, 레스토랑이 많고 당연히 모든 밀롱가 스탑! 아... 이건 예상치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탱고에 대한 미련을 접고 있었는데 오늘 크리스마스 특별 밀롱가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건 말이야 여기 살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특급 정보다. 왜냐하면 홈파티이기 때문이지.
열혈 땅게로 G를 처음 만난건 서울 땅고 페스티벌이었다. G는 유달리 큰 키에 전형적인 키위의 모습이라 파티 내내 눈에 잘 띄었다. 탱고뿐 아니라 볼륨댄스도 수준급으로 추는 G였지만, 낯선 땅에서의 까베세오는 쉽지 않아 보였다. 뉴질랜드를 좋아하는 나는 G와 춤도 추고 얘기도 하게 되었고, 다음에 뉴질랜드에 가면 꼭 연락하기로 하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뉴질랜더들은 손님 호스팅을 잘하기로 유명한데 G아저씨 역시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전형적인 키위의 모습니다. 뉴질랜드 여행을 결정하고 난 후에, 페스티벌 이후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즉각적인 답변이 왔다. "어서 와. 크라이스트처치에 오면 우리 집에서 머물면 되겠다." 그렇게 우리는 G의 집에 머물게 됬고 그곳에 또 다른 이유로 머물고 있는 아르헨티노 L도 만나게 됐다. (앞서 말했지만 L은 아르헨티노지만 이 집에서 유일하게 탱고를 못 춘다) 낮에는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관광을 하고 저녁이 되며 "고기 구워 먹게 저녁먹지 말고 와." G 아저씨의 연락에 후다닥 들어간다. 뒷마당에서 G는 바베큐를 굽고, H는 자기의 미니가든에서 수확을 해서 싱싱한 샐러드를 만들었다. 밤에는 거실에 은은한 조명을 밝히고 모여 앉았다. 배경음악 선곡은 탱고 DJ도 하고 있는 H의 몫이다. 창고에서는 끊임없이 와인이 나온다. 남의 집에 가는걸 불편해하는 나였지만 그 집은 왜 이렇게 편한지 마치 게스트 하우스 라운지 마냥 우리 5명은 그렇게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서 와인을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탱고 이야기, 사는 이야기, 여행 이야기 우리 모두 여행과 탱고(아.. 탱고에 있어서 L만 빼고)를 좋아하니 소재는 끝도 없었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 다시 정신차리고 크리스마스 홈파티로 돌아오자.
다들 준비 끝났어? 그럼 출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크리스마스 밀롱가를 땅게로스들이 돌아가면서 집에서 여는 홈파티로 진행하는데 2년째 W부부가 파티를 주최하고 있다고 한다. W의 집에 가기 위해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달렸다.. 계속 달렸다... 시내를 빠져나가 너른 초원을 달리고 멀리 언덕도 몇 개 지난 거 같은데... 도대체 언제까지 가요?
드디어 나타난 W의 집은 너른 초원 옆에 있는 엄청 큰 주택이었다. 우리나라같이 땅덩이가 좁은 나라에선 흔치 않은 주택의 풍경에, 이런 곳에서의 홈 밀롱가라니 벌써부터 설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본인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놓고, 식탁은 포화 상태였다. 넘쳐나는 케이크와 디저트 중에 H가 준비한 중국음식은 단연 인기다. 뉴질랜드는 탱고 커뮤니티가 큰 곳은 아니라 오클랜드와 웰링턴을 제외하고는 탱고를 추기가 어렵다. 크라이스트처치 역시 남섬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긴 하지만 탱고 커뮤니티가 워낙 작고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밀롱가가 활성화된 도시라고 보긴 어려웠다. 이 중 여러 스포츠댄스도 섭렵하고 있는 G와 H가 가장 독보적이다. 사람들은 춤보다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에 더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뉴질랜드다운 자연속에 뉴질랜드 다운 집 안에는 정말 이 곳 다운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는 탱고를 추고 누군가는 테라스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또 누군가는 여름 햇살 아래 혼자 정원을 산책하거나 개와 놀기도 하고 그렇게 정말 뉴질랜드 다운 휴일을 보낸다.
나는 어땠냐고? 춤을 출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워낙 사적 친밀도가 높은 모임이다 보니 사실 외지인인 내가 쉽게 까베세오를 하거나 대화에 끼어들기는 어려웠다. 한명 한 명은 모두 친절했지만 딱 거기까지인 느낌? 나는 제삼자의 관찰자 시점으로 파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G와 H 외에 나와 남편 그리고 L은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조미료 없이 온통 유기농 재료로만 담백한 맛을 낸 평화로운 하루였다고 할까? 나무들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면 나는 크라이스트처치의 심심... 하고 담백... 했던 여름 밀롱가가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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