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곳을 찾게 합니다 @탱고 밀롱가, Istanbul, Turkey
organizer (오거나이저) : 밀롱가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
Ronda (론다) : 밀롱가에서 플로어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흐름
당신이 낯선 도시의 낯선 밀롱가를 처음으로 간다고 상상해 보자.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힐끔 당신을 보는 시선은 느껴지지만 이내 당신은 여기서 투명인간이다. 애써 태연한 척해보지만 손짓, 걸음걸이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이럴 때 누군가 먼저 와서 당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어준다면 그 밀롱가의 인상은 금세 달라진다. 춤을 많이 추고도 기억에 남지 않는 밀롱가가 있고 춤을 얼마나 췄는지와 관계없이 따뜻하게 기억되는 밀롱가가 있다.
이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한 이가 있으니 이스탄불의 한 밀롱가 오거나이저 A이다. 유난히 큰 키에 시원한 미소와 눈웃음이 매력적인 A는 밀롱가에서 웃음이 많다. 그리고 바쁘다. 한 번도 쉬지를 않고 이곳저곳을 살핀다. 처음 A의 밀롱가를 갔던 토요일이다. 이스탄불은 춤을 잘추는 사람은 많지만 나에게는 미소가 많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는 아니었다. 진한 눈썹에 깊은 속눈썹이 드리운 남자들은 무뚝뚝한 표정이었고, 예쁘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들은 먼저 다가가서 끼기가 어려웠다. 그런 이스탄불의 낯선 밀롱가에 들어서자마자 A가 반갑게 맞이한다. 반가워요. 우리 밀롱가를 찾아줘서 고마워요. 잠시 쉬러 바 주변을 어슬렁 거릴때도 먼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 커피 줄까? 재미있게 놀고 있어? 등등 이런 살가움에 낯선 게스트의 마음은 편해진다.
짧은 기간이나마 서울에서 밀롱가를 꾸려본적이 있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오거나이저를 하면 할 일이 많다. 일단 밀롱가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홍보를 한다. 밀롱가가 열리는 내내 일어나는 대소사를 돌봐야 한다. 손님맞이를 포함해서 밀롱가 중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뒤치다꺼리는 모두 오거나이저 몫이다. 바닥에 엎지른 음료를 닦는 것부터 론다가 돌아가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면 제지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의 밀롱가에서는 대부분 스낵이나 음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그런 부수적인 것들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살핀다. 밀롱가가 끝난 후에는 플로어 청소와 정리를 한다.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오거나이징 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그곳에도 팀이 있다. A는 그중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손님맞이라는 부분을 보자. 이건 문에 서서 돈 받고 인사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밀롱가에서 가장 공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찾아준 분들이 모두 즐겁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오거나이저는 밀롱가 때 사실 춤추면서 놀 시간이 없다. 낯설어하는 게스트가 있다면 안내도 해주고, 항상 오는 친구들과 더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잊어선 안된다. (그러면서 밀롱가가 안정될 때는 좀 놀기도 한다.) 물론 게스트도 오거나이저에게 그의 의무인 것처럼 당연하게 춤을 요구하는 건 안된다. 오거나이저뿐 아니라 게스트도 예의를 지킬 때 밀롱가가 잡음 없이 잘 돌아간다.
아무튼 A는 호스팅 분야에 있어서 탁월하다. 그래서 그의 밀롱가는 매번 만원이다. 1년만에 다시 방문한 밀롱가에서 A는 여전히 전매특허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예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고 재촬영할래? 물으니 머쓱함에 줄행랑을 친다. 이제 1년전보다 더 친숙해진 A는 먼저 내게 머물고 있는 숙소의 가격을 묻는다. 다음에 올때는 나한테 연락해. 내가 더 좋고 저렴한 집을 소개해 줄게. 나는 ****에 머물고 싶은데 거기는 밤에 차가 없어서 밀롱가 오기가 어려워. 그래? 나한테 연락해. 내가 교통편을 알려줄게. 나 곧 이즈미르 가는데 밀롱가가 있을까? 그래? 갈 때 나한테 연락해. 내가 알아봐 줄게. 듣기만 해도 든든한 A는 시종일관 방실 방실이지만 때로는 진지하다. 커피를 타 주면서 한국과 터키가 알타이 어족이라 말 배우기가 쉽다고 말할 때 그랬고, 처음에 힘들게 시작한 페스티벌이 이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자식 자랑을 할때도 그랬다. (A는 밀롱가 외에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탱고 페스티벌도 주최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오래 알던 친구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늘어놓았었다. 우리 처음 본거 맞지? 이야기를 마치고 A는 또 금세 누군가가 쏟은 와인을 닦으러 갔다가 대걸레를 든 채 화장실로 향한다. A의 밀롱가가 매번 재미있지는 않았다. 가서 춤을 많이 춘 날도 있었지만, 까베세오가 신통치 않아 영 심심하게 있다가 돌아온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스탄불에 가서 토요일이 되면 나는 의례 A의 밀롱가를 찾게 된다.
다음에 다시 오거나이징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게스트를 살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서울의 많고 많은 밀롱가 중에 나의 밀롱가를 찾아준 사람들에게 처음 느꼈던 고마움이 점차 당연함이 되지는 않았었는지 되짚어 보았다. 나에게 다시 찾고 싶은 밀롱가란 어떤걸까? 그 안에 있을 때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밀롱가였던 것 같다. 춤을 얼마나 많이 추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춤을 많이 추었지만 텅 빈 가슴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탱고를 추다 보면 사람들은 밀롱가에 '위로'를 받기 위해 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위로는 춤 한 가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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