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nny 탱고이야기

33한 찐행복, 여행은 일상처럼 @스플리트 밀롱가, 크로아티아

by NomadJJ 2020. 7. 12.
반응형

 스플리트에서 해야 할 일은?

 

올드타운 골목길 탐사디오클레티아누스 로마황제 궁전 체크체크!!

Riva거리 까페에서 노을 즐기기

각종 액티비티와 함께하는 섬 투어

스플리트와 바다를 한 번에, Marjan Forest Park의 전망대

 

 

 일주일째 스플리트에서 지내고 있다. 아침에는 언제나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왜 굳이 햄버거 집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가? 바다로 난 창문이 비가 오는 날이나 해가 쨍쨍한 날이나 언제나 근사한 바다 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곳의 단 하나의 문제는 커피가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맛없는 커피는 충분히 보상이 된다. 그리고 나는 늦은 오후 Riva 거리의 불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그리고 라떼를 아주 맛있게 만드는 단골 카페에 갈 것이기 때문에 커피가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오늘 우리는 스플리트의 해변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크로아티아는 짙은 코발트빛의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로 유명하지만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백사장을 가진 해변은 드물다. 스플리트 역시 부두가 도시라서 수영이 가능한 해변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올드 타운을 약간 벗어나 걸어가면 Bacvice라는 Beach가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 가보기로 했다. 부두를 지나고 기찻길을 타라 조금 걸어가니 (실상 지도에서 본 것 보다는 꽤 많이 걸었다.) 작은 해변이 나타났다. 그것도 모래 해변! 우리나라 동해 바다 같은 곱고 하얀 백사장이 아니라, 진한 색깔을 띤 모래바닥은 발바닥에 닿는 순간 차고 단단한 바닥이 느껴지는 것이 이것은 한국 서해 바다의 느낌이다. 하지만 어찌 됐건 이곳은 진흙이 아니고 모래 해변이었다. 가을이라서 큰 기대를 안 하고 왔는데 오늘은 갑자기 날씨가 너무 좋다. 좋다 못해 바다로 당장 뛰어야 할 만큼 더운 여름 날씨였다. 이런... 수영복을 챙겨 오는 건데. 할 수 없이 수영하는 사람들 구경이나 하면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아쉬움을 달래 본다. 스플리트에 와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많았는데, 마지막 날 이렇게 여름의 귀환이라니. 아깝지만 맥주를 마시면서 한가하게 보내는 이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아침 일찍 피시 마켓에서 사다 놓은 생선을 굽는다. 오늘처럼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날에는 빨래를 해야 한다. 얼른 빨래를 마치고 난 후에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테라스에서 생선요리시원한 샤도네 한 잔을 마신다. 이건 정말 찐 행복이다. 살짝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서둘러 Riva 거리가 아닌, Riva거리가 보이는 카페로 향한다. 간이 건물에 있는 이 카페는 라떼를 맛있게 만든다. 맛있는 라떼를 마시다 보면서 노을은 금세 스플리트 시내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인다. 커피를 마시며 가끔은 그림도 그리고 가끔은 책도 읽는다. 이것 또한 정말 찐 행복이다.

 

스플리트에 있는 동안 아쉬운건 밀롱가를 가지 못했다는 거다. 크로아티아에 들어오면서부터는 탱고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크로아티아 로컬 밀롱가가 별로 재미없다는 후기를 듣기도 해서 구태여 찾아가지 않았더랬다. 이런 상태에서 밀롱가 위치가 도보로 갈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은 더욱 우리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테라스에서 한참 늦은 점심을 즐기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오늘 밤에 우리 숙소 바로 옆에 밀롱가가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오늘 밤! 그것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앞 열주 광장에서! 이것은 잘못된 정보일 거야. 말이 돼? 그곳에서 누가 밀롱가를 하겠냐고. 하지만 밤마실 겸 가볍게 탱고 슈즈만 들고 가서 확인해 볼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오랜만에 밀롱가 나들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우리 둘 다 나름 멋을 부려본다. 열주 광장에 가기 위해 Riva 거리를 지나고 Bronz Gate에 들어섰다. 밀롱가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역시... 그럼 그렇지. 브론즈 게이트에서 열주 광장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어라? 뭐야? 이거 탱고 음악 아냐? 놀랍게도 열주 광장에서 정말 오픈 밀롱가가 진행 중이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면서 까베세오를 하고, 궁전 앞 대리석 바닥을 플로어 삼아서 탱고를 추고 있다. 크고 매끈한 대리석은 기가 막힌 플로어가 되어 주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앞에 울려 퍼지는 탱고 음악은 고대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의 벽을 순식간에 허물어주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탱고를 추고 있는 느낌이랄까. 촌스럽게 "와~"라는 감탄사가 계속 나왔다. 우리도 얼른 계단에 자리를 잡고 와인 한잔을 주문하고 슈즈를 갈아신었다. 오픈 공간에서 춤추는 것을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늘 밤은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사진 속에 들어가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춤도 추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플리트 땅게로 몇 분과 춤출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한국에서도 탱고를 춰?" 한국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고, 탱고를 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땅게로스들이 아직은 많다. 우리는 서로 지리적, 문화적으로 멀고 먼 사이다. 오늘 밤 이 밀롱가는 스플리트의 정기 밀롱가는 아니고 독일에서 단체 탱고 관광객이 와서 주최하게 된 자리라도 한다. 아쉽게도 오늘은 우리가 스플리트에서 머무는 마지막 밤이었다. 다음에 다시 스플리트에 가게 되면 꼭 로컬 밀롱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소도시에 오면 커뮤니티가 크진 않지만 시골 정이 묻어나서 좋다. 그날 나는 3딴다를 췄다.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더 행복이 컸을까? 나에게는 어떤 밀롱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밀롱가, 탱고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렸던 고대도시의 궁전 그리고 마법같은 밤... 3번째 찐 행복이었다.

 

스플리트 밀롱가, tango milonga in Split, Croatia

 

 


 

스플리트 Split
스플리트 Split

 

 

https://tangodive.tistory.com/13

 

맥주와 한여름밤 탱고 @프라하 밀롱가, 체코

맥주와 한여름밤 탱고 @프라하 밀롱가, 체코 프라하에서의 일정은 길지 않아 우리가 밀롱가에 갈 수 있는 기회는 2번이었다. 공원에서 열리는 야외 밀롱가, 오늘은 그 여름 밀롱가의 마지막 �

tangodive.tistory.com

https://tangodive.tistory.com/23

 

Oh 밀롱가! 그곳은 전쟁터 / 부에노스아이레스 milonga Cachirulo (까치룰로)

 밀롱가 까치룰로. 누군가는 인생 밀롱가로 꼽고 누군가는 반대의 의미로 인생 밀롱가로 꼽는다. 까치룰로는 리더와 팔로워를 분리해서 앉히고 까베세오로만 춤을 추는 걸로 유명하다. 자유의

tangodive.tistory.com

 

 

탱고는 잠시 잊어. 이과수 랜드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탱고는 잠시 잊어. 이과수 랜드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많은 탱고인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간다. 탱고인으로써 그곳에 가는 것은 일종의 성지 순례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런데

tangodive.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