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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탱고이야기

Oh 밀롱가! 그곳은 전쟁터 / 부에노스아이레스 milonga Cachirulo (까치룰로)

by NomadJJ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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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롱가 까치룰로. 누군가는 인생 밀롱가로 꼽고 누군가는 반대의 의미로 인생 밀롱가로 꼽는다. 까치룰로는 리더와 팔로워를 분리해서 앉히고 까베세오로만 춤을 추는 걸로 유명하다. 자유의지는 없다. 입구에서 오거나이저 할아버지가 자리를 지정해준다. 커플로 왔거나 그룹으로 온 경우에는 따로 자리가 마련된다. 물론 거기 앉아서 일행 외 사람들과 까베까지 하고 싶은 욕심쟁이는 없겠지? 까치룰로에서는 오거나이저의 파워가 대단하다. 지정해준 자리에만 앉아야 하고 자리 이동은 안된다. 밀롱가 중에 핸드폰 보고 있어도 걸리면 혼난다. 교장선생님이 따로 없다. 까베세오로만 춤을 추는 밀롱가의 경우 성공 여부는 첫째도 자리, 둘째도 자리에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려면 교장선생님에게 잘 보여서 얼마나 좋은 자리를 배정받느냐가 관건인데 이게 또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다 보니, 좋은 자리 배정받는 기분이 쫄깃하다. (아니 쫄깃하다고 한다.ㅜㅜ ) 춤 잘 추는 사람, 춤 잘 춰보이는 사람, 나랑 친한 사람, 예쁘고 (잘생기고) 젊은 사람들은 메리트가 있다. 그런 이유로 좋은 자리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밀롱가가 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석에 앉아서 "내가 다신 오나 봐라" 이를 갈게 하는 밀롱가가 또 까치룰로이다. 

Salon Canning 쌀롱 까닝  들어가는 길
Salon Canning 살롱까닝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의 매일 공연이 있다

  그럼 이제 그 유명하다는 까치룰로에 가보자. 오늘 까치룰로는 까닝이다. 살롱까닝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국인 관광특구라고 불릴 만한 팔레르모 지역에 있는 댄스 연회홀이다. 매일 다른 오거나이저들이 여는 다양한 밀롱가를 맛볼 수 있고 낮에는 수업이 열리기도 하다. 까닝의 한 벽면을 차지하는 상징적인 큰 사진은 탱고 동영상 좀 찾아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듣보잡 동양인 커플이 까닝에 들어간다. 오거나이저는 당연히 오늘 처음 만났다. 스페인어도 못하는 뜨내기 외국인의 자리는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다. 게다가 우리는 커플이다.  까치룰로가면 꼭! 따로 앉으라는 충고를 듣긴 했지만 오늘은 춤보다 구경이 고파서 우리는 커플석에 앉기로 한다. 교장선생님의 첫 인상은... 매우 바빴다. 우리를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아웃 오브 안중, 말은 우리를 향하지만 시선은 다른 곳에 있다. "저기 앉아라" 우리에게는 여자 자리 뒤에 있는 커플석이 배정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편은 오늘 망했다는 얘기다. 자리에 앉으려는데 미리 와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저..저..저희도 일행 있는데요..."  교장선생님이 자리를 재배정해주셨다.  이번엔 남자 자리 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내가 망했다. 살롱까닝은 홀이 매우 넓어서 까베가 어렵기 때문에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같은 성별이 앉아있다. 예를 들어 남/북 에는 남자가, 동/서 에는 여자가 이런 식으로 앉아서 그나마 까베의 거리를 조금 줄이고 있었다. 남자 뒤 자리라.... 슈퍼파워가 있지 않는 한 뒤통수 까베세오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춤추고 자리로 돌아오는 찰나의 남자의 시선을 잡든지, 레이저급 에너지로 플로어를 건너 저 반대편 얼굴도 잘 안 보이는 남자들에게 까베를 해야 한다. 여기 계신 다수의 올드 밀롱게로분들 시력에 좋지 않으실텐데 그렇게 먼 거리에서 나의 시선이 보이기는 하실까? 이렇게 어려운 걸 해낼 의지라면 세상 못해낼 것이 없지 않겠다!

도오전!!!

Chchirulo 까치룰로 탱고 밀롱가 내 자리: 남자 뒤통수 까베세오 중

Cachirulo에서 춤을 많이 추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요?
  1. 갈때마다 교장선생님께 자신을 어필합니다. 부끄러워 마시고 무조건 들이대세요. 그렇게 다져간 친분은 자리의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여자인 경우에 훨씬 유리합니다.)
  2. 인싸 친구가 있다면 무조건 같이 갑니다. 이때만은 그의 또는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세요.
  3.  듣보잡 외국인이라면 의상에 힘을 줍니다. 누가봐도 '나 좀 추는 사람이다' 인상을 주도록 노오오력 하세요.

뭐야! 나 그렇게 어려운 걸 해낸 거야? 순간 플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랑 까베가 됐다.

그것도 실력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올드 땅게로랑!!!

그래 앞으로 세상 못해낼 것이 그 무에 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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