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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탱고이야기

맥주와 한여름밤 탱고 @프라하 밀롱가, 체코

by NomadJJ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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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한여름밤 탱고 @프라하 밀롱가, 체코

프라하에서의 일정은 길지 않아 우리가 밀롱가에 갈 수 있는 기회는 2번이었다. 공원에서 열리는 야외 밀롱가, 오늘은 그 여름 밀롱가의 마지막 날이다. 유럽의 도시에서는 더운 여름에 야외 밀롱가가 꽤 많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 밀롱가를 가려면 다음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우리는 운이 좋다. 집에서 멀지 않은 Havlicek Gardens으로 향했다. 공원 안에 예쁜 Pavilion이 몇 개 있었는데 밀롱가만 생각하고 늦게 간 터라 주변을 둘러볼 만큼 마음이 한가롭지 않았다. 공원의 규모가 커서 밀롱가 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어서인지 공원 안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도대체 구글맵은 왜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인가. 밀롱가 장소는 공원 안 카페의 옥상이었다. 정자처럼 지붕을 만들어 놓은 오픈 장소였는데 해가 막 지고 있는 프라하의 하늘이 도시의 스카이 라인 위로 예쁘게 내려앉았다. 밀롱가가 시작되기 전이라 디제이는 스피커를 정비하는 중이고, 운영진은 바닥을 닦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아래 카페로 내려가 맥주를 두 잔 사서 올라왔다. 체코 하면 맥주지.

 


체코의 맥주는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때론 물보다 저렴하다. 프라하에 도착한 첫날 밤부터 시작된 맥주사랑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왠지 이곳에서는 물을 마시고 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체코 필스너 맥주의 맑고 깨끗한 맛은 아직 무더운 프라하의 여름에 청량함을 더해주었다.


 

프라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프라하는 한국인이 매우 사랑하는 여행지 중에 하나이다. 한국인만 사랑하는 건 아니지 전 세계인들이 프라하를 사랑한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프라하의 구도심을 걷다 보면... 하면서 낭만적인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4년 만에 다시 찾은 프라하는 바빴다. 예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나의 기억의 오류인지 내게 남아있는 프라하의 모습은, 여유롭게 흐르는 블타바 강 위로 중세도시의 멋을 즐길 수 있었던 낭만적인 도시였다. 다시 찾은 프라하의 올드타운은 그야말로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전 11시가 넘어가면 이미 카를교는 관광객의 물결로 가득했다. 다리 위에 서 있지만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다리 위에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한가한 프라하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눈뜨자마자 나가야 한다.

 9월 초 아직은 여름이 끝나지 않아 하루의 해는 일찍 시작했다. 프라하가 이번 여행의 첫 도시라 아직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 덕에 우리는 매일 아침 일찍 프라하 올드타운을 한가하게 걸을 수 있었다. 우리가 즐기던 아침 코스는, 새벽 일찍 제일 먼저 문을 연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사 먹고 카를교로 간다. 아침 공기는 벌써 가을의 냄새를 풍기며 상쾌하다. 한가한 틈을 타 한쌍의 커플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화약탑을 지나 mostecka 거리를 조금 걸어가면 다른 카페들이 준비 중일 때 이미 문을 연 맥도널드를 만날 수 있다. 맥도널드에서 모스테츠카 거리가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가 우리의 단골 자리다. 따뜻한 라테와 크롸상 세트를 먹으면서 사람 구경을 한다. 청소차가 늦은 밤 파티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고 나면 프라하 시민들의 일상이 시작된다. 정장 차림의 말쑥한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1시가 넘으면 이제 관광객의 시간이다. 색색의 휴가 룩을 장착한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거리의 예술가들도 이 한때를 놓치지 않는다.

 프라하가 처음이 아니라면 숙소를 올드타운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잡아도 좋다. 아주 약간만 벗어나도 프라하는 바로 한가해진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올드타운을 벗어나서 프라하를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시간 올드타운은 걷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밤에는 선택권이 없다. 프라하 야경을 보지 않고는 프라하에 다녀왔다고 할수 없으니.

 

아침과 오후의 카를교

 

당신이 땅게로스라면 야경을 보는 것 외에 밤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밀롱가 찾아가는 것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리는 동안 밀롱가가 시작됐다. 남편과 첫 딴따를 추고 난 후 론다를 구경했다. 이 공간과 분위기에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모였다. 야외 밀롱가라 시원한 데다가 공원 안에 위치한 숨겨진 장소이다 보니 구경꾼 없이 오롯에 탱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원은 가로등 없이 깜깜해서 어두운 숲 속에 단지 이 곳만이 불빛을 반짝이고 있다. 사람들은 춤을 추거나 또는 맥주를 들고 플로어 옆 계단과 의자에 앉아서 시원한 여름밤을 즐긴다. 아는 사람도 없고 오늘도 구경이나 하고 오겠군 생각했는데, 운 좋게 이탈리아인 땅게로 몇 명과 까베를 성공했다. 지금은 프라하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EU는 이동이 자유로워서 인지 은근히 외국에서 온 땅게로스들이 많다. 애초에 밀롱가를 위한 장소는 아니다 보니 이 곳은 천정에 조명이 없었다. 바닥 조명만 희미하게 밀롱게로스들의 실루엣을 비춰준다. 밤이 점차 깊어지자 이런 점점 보이는 게 없네? 이건 무슨 심봉사 코끼리 뒷다리 잡듯이 더듬더듬 까베세오를 해야 할 정도다. 다행히 점찍어둔 프라하 땅게로 몇이 직접 말을 걸었다. "춤 출래요?" 얼굴도 잘생긴 J와의 춤은 낭만 낭만 하는 프라하와 너무 낭만적으로 잘 어울렸다. 운 좋게 J와 두 딴다를 출수 있었는데 뮤지컬리티에 탁월했던 J는 역시나 뮤지션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딴다가 끝나고 J는 나에게 "너 정말 춤을 잘 추는구나 너무 즐거웠어 고마워."라고 한다. 잘생긴 애들이 말도 이쁘게 하더라. 그때 나의 탱고 실력은 솔직히 정말 개판이었다. 탱고를 시작한 지는 몇 해가 되었지만 남편이 하니까 따라다닐 뿐이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중심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할 때 그런 칭찬이라니. 나 역시 그가 예의상 하는 것인 줄 알고 쑥스러웠지만, J의 매너에 기분은 한층 좋아졌다. 아쉽게도 야외 밀롱가는 길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어두워서 더 이상 밀롱가를 하기도 어려웠다. 초행길인 우리를 위해서 J는 공원을 빠져나와 우리 집으로 가는 도로까지 같이 동행을 해주었다. 남편과 장기간 여행을 시작했다는 말에 신기해하고 프라하 밀롱가를 방문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여름밤 프라하 밀롱가는 선물과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쉬워 집 앞 바에서 맥주를 한잔씩 더 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해 긴 여행의 시작점에 있었고 이렇게 첫 단추는 완벽하게 끼워졌다.

 

프라하 야외 여름 밀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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