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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탱고이야기

처음부터 홈런! @소피아 Sofia 탱고밀롱가, 불가리아 Bugaria

by NomadJJ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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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밀롱가 in 소피아(Sofia), 불가리아(Bulgaria)


2019년 코로나 전에 여행을 갔어요.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이 끝나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겠죠? 이런 평화로웠던 때로...


 

유럽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탱고 문화가 있다.

여.름.방.학.

휴가가 길고 휴가 때는 확실히 쉬어주는 편인 유럽 사람들은 더위가 초절정에 이르는 8월이 되면 대부분 바다로 휴가를 떠난다.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에 대단한 폭염이 덮치고 있어서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8월에는 밀롱가도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또 밀롱가가 위치한 건물들이 대부분 구도시의 오래된 건물이라 에어컨 시설이 탁월하지 않다. 당연히 한여름엔 아무리 창문을 열고 밀롱가를 해도 너무 더워서 춤을 출 추가 없다.

 

 소피아 탱고 커뮤니티는 규모가 크지 않아서 매일 밀롱가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일단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렵다. Facebook과 Google을 베이스로 'Bulgaria', 'Sofia', 'tango', 'milonga' 등 모든 단어들을 조합해서 정보를 뒤져보지만 페이스북에서 겨우 찾은 한두 개의 밀롱가 광고도 키릴 문자로 적혀있다 보니 번역기를 돌려도 정보 파악이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친구 찬스! 불가리아에는 아직 친구가 없어서 전 유럽의 정보에 모두 능통한 유럽통 친구 S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 소피아에 왔는데 밀롱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도와줘!!"

역시, 즉각적인 답변이 왔다. 다행히 이번 주부터 여름방학이 끝나고 탱고 밀롱가 2학기? 가 시작하는 주인데 오늘 자기 친구 A가 하는 괜찮은 밀롱가가 있는 날이라고 한다. 오~ 느낌이 좋아.

 

소피아 도시는 크지 않다. 도보 전용 거리인 최대 번화가 Vitosha (비토샤) 거리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여행객으로서는 무난하게 모든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밀롱가는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았다. 멀지 않다기보다는 정말 코 앞에 있었다. 소피아에서 첫 밀롱가라 떨리는 마음으로 밀롱가를 향했다. 오늘의 미션은 최소 "한"명이라도 현지 친구 꼭 사귀기! 현지 땅게로스에게 얻는 밀롱가 정보가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일단 첫 친구를 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남편의 다리 부상이다. 남편은 발가락 골절로 깁스를 푼 지 이제 일주일 정도가 지난 상태라 걷기도 힘든 상태다. 6주가량을 걷지 않았으니 지금은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걷는 것도 힘든데 춤이라니... 밀롱가에서 춤을 추지 못하면 친구 사귀는 게 쉽지 않다. 이 세계도 나름 치열하다. 이런 상황이라 사교성 제로에 영어실력까지 꽝인 내가 현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아무튼 우리는 밀롱가로 향한다.

 

유럽의 밀롱가는 입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주소상으로는 맞는데 굳게 닫힌 건물 입구, 여기서부터 모든 단서를 조합해 본다.  소피아 밀롱가에 외국인이 오는 일은 흔치 않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미 아는 장소를 가는 것이니 페이스북의 이벤트 페이지 정보는 친절하지 않았다. 초인종은 있는데 도대체 몇 층인 거지? 한참을 헤맸는데 어이없게 우리 옆에 기둥을 가득 메워서 탱고 스튜디오 포스터가 뙇! 하니 붙어있었다. 영어로 floor2라고 이렇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데 계속 헤매다니 쑥스럽군. 2층인데 들어가는 열쇠는? 벨 위에 여러 사무실이 적혀있는데 tango studio No.4라고 적혀있으니 4를 눌러본다. 난 불가리아 말을 못 하는데 뭐라고 하지? 걱정할 것 없다. 4를 누르니 바로 문이 열린다.

 

건물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간판이... 이걸 왜 못보고 계속 헤맨걸까요? floor 2
tango studio 는 No. 4를 눌러라! 4를 누르면 바로 열려요.

 

 

밀롱가가 이제 막 시작해서인지 사람은 2명뿐이었다. 입구를 조금 서성이니 오거나이저가 나온다. 입장료를 계산하고 자리를 잡았다. 서울의 밀롱가가 대부분 지하에 있는데 반해 유럽의 밀롱가들은 대부분 위층에 자리한다. 밤늦도록 탱고 음악이 밖으로 나가도 이웃에서 크게 항의하지 않는지 창문을 활짝 열고 진행한다. 우리나라처럼 낡은 건물을 쉽게 부수지 않다 보니 건물이 낡아 에어컨 시설이 빵빵한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덥기도 하고 분위기가 좋기도 하다. 오늘은 다행히 가을이 시작되어 밤에 창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내부는 화이트 베이스로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는데 밀롱가 특유의 오렌지색 조명이 나무 플로어와 어우러져 하얀 벽에 예쁘게 스며든다. 음악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은 두세명뿐이라 한 커플이 플로어를 독식하고 있다.  

 

남편이 춤을 못 추니 우리끼리 춤을 출수도 없고, 와인을 한잔 마시면서 한시간 가량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 11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초급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몇 분이 다였는데 역시 선수는 늦게 입장하는건 세계 공통이다. 한 남자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너희가 S의 친구구나? 너희 올거라고 얘기들었어" 이 밀롱가에서 동양인, 외지인, 불가리아사람이 아닌사람 은 우리 둘 뿐이니 못 알아볼리 없다. S의 친구라는 A였다. 역시 친구찬스란 좋은것이다. A 그리고 또 몇 명의 사람들과 춤을 췄다. A를 포함해 몇은 수준급이었고, 몇은 유쾌한 할아버지들이였다. 친구찬스와 외국인 찬스를 톡톡히 누린 밤이다.  이번 주에 갈만한 밀롱가도 추천을 받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이 정도면 첫 도시의 첫밀롱가는 성공적!

평소 사교성을 담당하는 남편은 발을 못쓰니 춤도 못추니 순식간에 이 곳에서 투명인간이 되었다. 여자들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춤을 못 추는 동양 외지인에게는 아무도 눈길도 말도 걸지 않더라고, 또 춤을 출수 없으니 먼저 말 걸기도 미안했다고 남편은 내내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밀롱가에서 사람들 춤추는 걸 구경하고 음악 듣는 것만 해도 나는 괜찮아." 안 괜찮은 건 알지만, 나 혼자 재미있게 놀았다. 미안해 세상이 원래 그렇게 불공평해.ㅋ

 

여기도 밀롱가 나름의 인싸가 확실히 구분되는 세계로 보인다. 딱 봐도 춤을 잘 출 것 같아 보이는 친구들은 bar 앞자리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앉아 놀고 있다. 춤을 잘 추고 탱고를 가르치는 친구는 부지런히 친구들과 학생들을 오가며 두루두루 춤을 춘다. 탱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초급분들은 열심히 서성이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아 보인다. 아~ 이 야속한 탱고의 세계. 물론 외지인이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춤을 굉장히 잘 추지 않으면 인싸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자니까 모든 게 신기하고 이래도 저래도 즐겁다. 

 

탱고란 단순히 춤이 아니라, 탱고를 추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그날 만난 친구들은 그 후 아테네에서도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계속 만나게 된다...

 

 

tango & pepper studio in Sofia, Bulgaria


Sofia, Bulgaria

https://tangodive.tistory.c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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